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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 | 알리바바·화웨이 인수 제안 뿌리친 K-소프트웨어 ‘실크로드소프트’ “오라클 독주 막아 데이터주권 찾을 것”
등록일
2022.01.06 11:51
인공지능·딥러닝·로봇산업이 만개하는 4차 산업혁명에 데이터는 원유이자 쌀로 비견되는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존재다. 기업활동에 있어 데이터 관리와 분석 능력은 필수라는 말로 부족하고 생존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기업을 운영하며 쌓이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DB(Data Base) 시장은 오라클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힘들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IBM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클라우드를 앞세운 아마존 AWS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기업 DB의 핵심 운영시스템, 소위 ‘운영계’에 있어서 오라클의 지위는 여전히 독보적이고 당분간 깨지기도 힘들어 보인다. 나머지 DB 기업들은 이 운영계로부터 일부 데이터를 동기화하여 분석, 통계, 감사, 가공 등의 내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DB를 구축하는 또 다른 세계관(?)이라 할 수 있는 ‘정보계’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천 시스템에서는 데이터를 가공·정제할 수 없으며, 운영계에서 사용된 데이터베이스(DB)를 목표 시스템인 정보계(DW 또는 빅데이터 DB 등)로 실시간으로 전달해 가공·정제하고 사용한다.

오라클이 지배하는 ‘운영계’에서 데이터를 ‘정보계’로 이동시키는 데이터 동기화 지연 시간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즉 속도가 느릴 경우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여기서 또 다른 사업기회를 찾았다. 실시간이 아닌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통합해 사용한다면 그 데이터는 오래전의 의미 없는 데이터일 수 있고 제때 활용하기 어렵다. CDC(Change Data Capture: 변경 데이터 캡처로 DB 동기화를 수행하는 SW 제품군) 업계 글로벌 2위였던 골든게이트(GoldenGate)를 2009년에 인수한 뒤, ‘오라클 실시간 동기화(OGG)’라는 독점 기술을 개발했다. 속도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정보계’ 시장과 함께 클라우드 시장 역시 값비싼 오라클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겠단 심산이었다.

오라클의 자체기술 개발로 당시까지 CDC업계 글로벌 1위였던 퀘스트 소프트웨어(Quest Software)사의 쉐어플렉스(Shareplex)도 1위 자리를 내주고 오라클로부터 실시간 동기화 기술을 유료로 공급받아 쓰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실크로드소프트는 이러한 구도를 깨트릴 기술을 개발했다. 윤정일 대표의 오랜 연구를 통해 2015년 자체적으로 오라클 실시간 동기화 기술을 개발해 OGG와 동급 성능을 가진 CDC 제품인 ‘실크로드(SILCROAD)’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오라클 DB의 제조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라클 리두 로그(Redo Log) 파일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외부 업체들은 개발이 난망했다. 유수의 글로벌 IT 업체들이 달려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오라클 DB의 리두 로그 형식을 알고 있는 오라클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실시간 동기화 CDC 기술을 실크로드소프트는 자체 개발해냈다.

10년 동안의 국내 기업에서 DB 엔진 개발 경력을 잠시 쉬어갈 겸 유학을 준비하며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윤 대표에게 비결을 물으니 “정성적인 공식이나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운이 좋았다. 나라면 그런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통한 것 같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회사의 기술력이 알려지자 알리바바, 화웨이, 텐센트 등 쟁쟁한 중국계 클라우드 기업들은 인수 제안을 해왔지만 윤 대표는 모두 거절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술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마이데이터 사업 수주

“글로벌 시장 공력 나설 것”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며 윤 대표와 회사의 몸값은 더 귀해지고 있다. 실크로드소프트는 지난 11월 미래에셋증권의 ‘마이데이터 구축 및 계정계-정보계 연동 사업’에 데이터 동기화 솔루션(CDC) 공급업체로 채택됐다. 그동안 외산 텃밭인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보수적인 금융권 계정계 시스템에 국산 솔루션이 채택된 건 처음이다.

실크로드소프트의 기술은 글로벌 제품을 능가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지원하지 않는 국산 DB로의 동기화가 가능하다. 동기화비용은 외산 제품 대비 반값에 불과하다. 다양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 대한 동기화를 통해 이중화시스템 구축비용까지 절반으로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미 실크로드소프트는 국내외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8월 행정안전부 ‘국가 기준정보 관리체계 구축(4차) 분리발주 데이터동기화 솔루션’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2년 전엔 일본 1위 매표 업체인 e+동경의 오라클 DBMS엔진 업그레이드 사업을 수주했다. 실크로드소프트는 이번 미래에셋증권 수주 쾌거를 기반으로 더 큰 발전과 성장을 만들어 유럽과 중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다음은 윤정일 대표와 일문일답.

▶서비스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데이터의 이동을 하는 게 저희 소프트웨어의 기능이고요. 데이터가 사실상 원천 데이터가 그 데이터 자체로 있으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면 이름별로 과목 점수들이 쭉 나오는데 그게 원천 데이터만 있어서 의미가 안 되고 국어 평균을 내본다든지 과목별로 평균을 내본다든지 해야 이 클래스에서 어떤 과목이 부족한지 아니면 어떤 걸 보강해야 되는지 그런 다음에 행동 양식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원천 데이터를 손쉽고 빠르게 이동시켜 다른 시스템을 또 구축하는, 즉 데이터베이스 간의 연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서비스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은데 실크로드소프트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클라우드로 원천 데이터를 옮기는 문제를 치킨집을 이사하는 것에 비유해 보면, 이사업체의 손이 빠르면 영업에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다면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죠. 가게 문을 닫아야 합니다.(웃음)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동기화 기술을 바탕으로 속도가 우선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영업 중단 없이 영속성을 가지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할 수 있어야 가능하죠. 실크로드소프트의 강점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보다 빠르고 정확한 기술력에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시장은 오라클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데이터복제에 있어서도 자체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운영계라고 하는 DB 시장의 강자 오라클은 지금도 강자이고 클라우드로 이제 판이 바뀌고 무대가 바뀌고 있는 건데 오라클은 그 강세를 클라우드에서도 지키고 싶겠죠. 오라클의 DB를 클라우드로 가져오려면 마찬가지로 데이터복제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오라클만큼 빠른 기술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죠. 기술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독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술을 이제 한국에서 만들게 된 거고요.

▶오라클도 회사의 존재를 알 터인데 견제나 지적재산권 문제가 발생할 염려는?

▷일단은 한국 오라클은 알고 있는데 오라클 본사에서 알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저희가 오라클의 리두 로그 기록 방식을 분석해 많은 분들이 오라클이 자체 기술을 바꾼다든가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첫 번째 기술을 바꿀 경우 기존의 시장들을 다 버려야 합니다. 형식을 바꾼다는 것은 데이터베이스 엔진을 바꾸는 얘기랑 똑같은데 이는 불가능하며 특별한 지적재산권(IP)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일종의 코카콜라 제조 비법 같이 그냥 본인들이 알고 있는 비밀일 뿐 특별한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죠.

▶인수 제안은 없었나요?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 제안은 수차례 있었습니다. 알리바바, 화웨이, 텐센트 등 큰 기업들이 제안을 해왔었죠. 텐센트는 조금 낯설 수도 있는데 국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텐센트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합니다. 텐센트 클라우드는 구체적으로 저희한테 액수를 제시하며 적극적이었는데 거절했습니다. 대신 그들은 저희의 고객사가 되었습니다.

▶오라클 자체기술과 가격경쟁력을 비교하면 어떨까요?

▷속도는 동일하다고 보시면 되고 가격은 절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가격경쟁력 외에 정말 핵심적인 가치는 또 따로 있습니다. 오라클은 자체기술로 오라클의 정보계나 클라우드로 이동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저희는 자체기술을 통해 다른 집(?)으로도 이동을 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전체 구축예산이 확 내려갈 수 있고 더욱 다양한 국산 DB 분석툴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실크로드와 같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을 텐데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십 년간 이 서비스는 ‘누가 만들어도 대박’이란 말이 많이 돌았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기업들도 기술을 알아내기 위해 많이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죠. 그런데 이게 비유를 하자면, 콜라를 누군가 만들었다면 다른 기업들은 못 만들잖아요. 기술이라기보다는 비법을 알게 됐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습니다.

비결이라면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역함수처럼 풀 수 없는 문제라 그냥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비밀을 알게 된 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제 소프트웨어 사업하기가 진짜 어렵다고 하잖아요. 기술력이 뛰어나도 고생은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어요.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외산 의존도가 되게 높아요. 점유율 외에 기업들의 심리적인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리고 이건 좀 약간 예민한 얘기긴 한데 전산 담당자들의 이해도나 역량도 아직까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부족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많이 좋아졌지만 기업들의 DB에 대한 중요성이나 인식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요. 이런 점을 봤을 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 하긴 어렵고 인터넷이 빠른 나라 정도로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무지하기 때문에 그냥 맹목적으로 외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래에셋 마이데이터 사업 수주를 보면 국내 기업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탈’오라클 효과와 기술우수성을 확인하게 되면 결국 저희 서비스도 J커브를 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에는 많은 기업들이 저희 소프트웨어를 쓰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생태계와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2년 구체적으로 세운 비전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서비스 확산에 대비한 조직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X에 대한 목표는 없습니다. 저희는 또 동일한 시간 동안에 대규모 확산을 위해서는 많은 배급사와 상영관이 필요한 입장인데 지금은 일단 두 배 이상씩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 가족과 같은 직원들도 부양하고 나라에 일조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He is

1982년 제주도 태생으로 제주도에서 중학교를 다닌 후 부산과학고, 포항공대를 거쳐 국내 유수의 데이터베이스(DB) 분야 기업 티맥스소프트에 입사했다. 2015년 홀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실크로드소프트를 세웠다. 세계 1위 시스템과 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출처 :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2/01/13405/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