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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한국에선 꿈도 못꾸던 ‘실시간 데이터 복제’ 기술 개발
등록일
2021.12.22 10:24
이 사람은 올해 38세 청년이다. 계속 회사에 다녔으면 과장쯤 됐을 나이다. 정시에 출퇴근하고 주말엔 여가를 보내고 있을 터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한밤중 퇴근도 빈번하다. 결혼은 생각해 볼 틈도 없다. 직원 30여 명을 이끄는 데이터베이스(DB)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 우물을 팠다. 제주도 출신으로 부산과학고를 거쳐 울산대 전자계산학과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포항공대 대학원에서 암호학을 전공한 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10년간 근무했다. 소프트웨어 공부와 업무에 몰두한 끝에 세계 최고의 데이터베이스 복제 기술을 개발해냈다. 윤정일(38) 실크로드소프트 창업자 얘기다.

윤 대표는 DB 분야에서 원천기술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 한 줄기 희망을 쏘아 올렸다. 인터넷 강국 한국은 시스템 소프트웨어(system software) 원천 기술에선 아직 후진국이다. 설령 신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기존 기술에 익숙한 기업들이 신기술 대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금융·통신 등 모든 영역에 들어가


윤 대표는 지난 반세기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지배해온 미국의 거대기업 오라클(Oracle)에 도전하고 있다. 오라클은 전 세계 기업과 기관의 핵심 업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고객업무용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 전산시스템을 갖춘 기업·기관이 오라클의 고객인 셈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베이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고객서비스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핵심 데이터를 관리하는 고객업무용과 구분되는 내부업무용 데이터베이스 영역이다. 기업이 데이터를 분석·가공·통계 처리하기 위해서는 각 업무에 맞게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은행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마이데이터 사업용 데이터베이스가 바로 그런 경우다.

실크로드소프트가 개발한 데이터 복제 기술이 주목받는 곳은 바로 이 영역이다. 기업이 축적된 핵심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업무용 데이터를 업무용 데이터베이스로 이전해야 한다. 이때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 동기화’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해당 기술은 현재까지 오라클이 개발한 골든게이트가 시장을 주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IBM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도 이루지 못한 기술이다.


Q : 한국에는 없는 기술인가.
A : “기업의 데이터를 다른 업무의 데이터베이스로 최대한 빠르게 동기화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핵심 업무가 한순간이라도 중단되는 일 없이 다른 업무 목적을 위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이전해준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기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누구도 그 비밀의 열쇠를 풀지 못했다. 오라클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사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코카콜라에서 ‘코크(Coke) 제조 비법’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비법을 풀어낸 것이다.”


Q : 고객은 누구인가.
A : “기업이나 기관의 데이터 거래량이 급증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업무나 사업이 생겨나면서 데이터 실시간 동기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공공기관, 통신·유통·제조업체 등 모든 산업 영역에서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가공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상당한 비용이 문제다. 오라클을 선택하면 상당한 독점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실크로드소프트를 선택한다면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IBM도 개발 못 한 기술

Q : 핵심 기술을 어떻게 개발했나.
A : “오직 오라클만이 알고 있는 기술의 비법을 밝혀낸 것인데,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업체라면 누구라도 개발만 하면 ‘대박’이라고 여길 만큼 도전하는 기업이 많았다. 2015년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떠나기 전에 잠깐 쉴 때였다. 오랜만에 여유를 누릴 수 있었는데 평소 생각해 오던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를 연구 주제로 구상하는 과정에서 불과 3개월 만에 그 비법을 알아냈다.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커지자 차라리 유학을 미루고 사업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Q : 회사 생활이 도움된 건가.
A :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회사생활이 직접 도움이 된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직원이 해결하지 못한 불가능한 미션들을 거의 도맡아 해결했던 경험이 밑거름된 것 같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하게 보이는 문제와 씨름하는 일을 좋아했다. 2013년 티맥스데이터 재직 시절 국방부 합동지휘 통제체계(KJCCS) 사업에서 오라클이 보유하지 못한 기술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납품하고, 2014년에는 오라클 암호화 기능의 보안성을 깨뜨리는 방법을 고안해 국제특허를 2개 획득하기도 했다. 새로운 방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늘 즐겁다.”


Q : 시장 진입은 또 다른 문제일 텐데.
A : “오라클이라는 절대 강자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했다. 마이크로소프트·IBM 같은 글로벌 기업도 만들지 못한 기술을 내놓았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알음알음 기업의 전산 담당자를 소개받아 찾아가면 ‘기술 수준은 잘 알겠는데 다른 곳에서 먼저 도입하면 그때 검토하겠다’는 얘기만 메아리처럼 되돌아왔다. 기술은 확실하니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2019년 12월 일본 1위 티켓팅 업체인 ‘e+ 동경’에서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 첫 수출이 이뤄졌다. 일본에 수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시장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Q :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A : “2020년 마침내 행정안전부가 우리 기술을 선택했다. 오라클의 기술공급을 받는 기존의 쉐어플렉스(Shareplex)를 물리치고 국산으로 대체하는 순간이었다. 난공불락 철옹성처럼 굳게 닫혔던 금융업계 시장이 마법처럼 열린 건 바로 얼마 전이었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최종 수주했다. 금융권 핵심업무 시스템에 국산 소프트웨어가 진입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성능에서 차이가 없이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 7개월 동안 기술 성능과 안정성 테스트를 거치며 국내 기술을 믿고 채택해 준 미래에셋증권에 감사드린다.”


국내 6000여 기업이 오라클 제품 사용

Q : 위기도 많았던 것 같다.
A : “기술을 노리는 기업이나 투자자의 횡포와 유혹이 끊이지 않았다. 창업 1년쯤 지났을 때, 2006년부터 연구원으로 일했던 티맥스데이터에서 해당 기술에 대해 저작권 소송을 제기해왔다. 신생기업에는 너무나 힘겨운 법정공방 끝에 2018년 티맥스데이터가 스스로 소송을 취하했다. 중국 알리바바와 화웨이는 돈을 앞세워 회사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통상적으로 겪는 자금난을 역이용해서 고작 수백억 원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투자하려는 곳도 있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국산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국내 IT시장의 편견이었다.”


Q : 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A : “국내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오라클 골든게이트와 쉐어플렉스 제품을 조금씩 대체해 나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국내 6000여 기업이 오라클 DB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다른 기종의 데이터베이스로 데이터 실시간 동기화가 필요하면 ‘동일한 성능에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다. 국내 IT 인프라에서 외국제품에 대한 의존성을 무너뜨리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관련 기술 보급에 힘쓰겠다. 무엇보다 국산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


김동호 논설위원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4368 중앙일보